목회 서신이라 불리는 디모데후서는 성경에 기록된 사도바울의 13개 서신 중 가장 마지막에 쓰여졌습니다. 서신 끝부분에 있는 “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”(4:6)라는 기록은 읽는 우리로 하여금 그가 자신의 죽음과 그 이후의 약속에 관하여 말하고 있음을 알게합니다. 디모데후서가 다른 목회서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유를 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.
디모데는 이 시기에 사도바울의 사형 집행이 다가오고 있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, 그로 인해 의기소침해지면서 사도바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. 디모데를 향한 사도바울의 애뜻한 마음을 전하는 디모데후서의 글이 그러한 심정을 엿보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(1:4). 힘들어 하는 디모데를 향해 사도바울은 “너는 내가 우리 주를 증언함과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”(1:8)라고 강력하게 말합니다.
성경에 나오는 디모데의 성격은 디도와는 반대로 여리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. 예를 들어 디모데전서 5장을 23절에 “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”고 권하는 것은 그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만들고, 다가오는 사도바울의 죽음 때문에 기가 죽은 듯해 보이는 그 모습을 통해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. 그러기에 사도바울은 그를 향해 두려움을 이기고 담대하게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고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.
서신의 끝으로 갈수록 죽음을 앞에 둔 사도바울의 비장함과 심적 외로움, 섭섭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. 자신을 배신한 ‘거짓 친구’인 데마라는 제자를 언급하는데, 데마가 세상을 사랑해서 사도바울을 버렸다고 말합니다(4:10).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사도바울을 버리고 떠나버린 그를 향한 섭섭함이 배어나옵니다. 그와 함께 있던 그레스게와 디도도 사역 차 다른 곳으로 가버려 누가만 함께 있다고 말하며 디모데에게 올 때 마가와 함께 오라고 말합니다.
마가는 바나바의 조카이면서 선교 여행 중 사도바울과 바나바를 다투게 만든 장본인 이기도 합니다(행 15:37-39). 이러한 마가를 향해 ‘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'(4:1)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. 데마의 배신과 온전한 회복을 이룬 마가는 대조를 이룹니다. ‘인생은 관계’라는 말이 있는데, 사도바울도 마지막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언급합니다. 대 사도이지만 그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. 그리고 현재 우리 인생의 관계들은 어떠한지를 돌아보게 합니다.